소셜라이징 커뮤니케이션 사례, 시몬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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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라이징 커뮤니케이션 사례, 시몬스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옌 yen 2020. 12. 30. 19:18

요즘 브랜드 광고에서 제품을 직접 노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홍보를 하며 고객이 직접 그 상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간간히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례로, 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시몬스>는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먼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찾아오도록 유도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만으로 광고를 기획하고 지역 사회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소셜라이징 방식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게 됨으로써 MZ 세대들로부터 팬덤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http://www.simmons.co.kr

2020년 10월 말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팝업스토어(성수동 카페거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이천 시몬스 테라스 및 부산 전포동 등)의 누적 방문객 수는 4만 명을 넘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스토어 내 동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을 4명으로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뜨거웠다고 합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1시간 가까이 웨이팅 한 끝에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이 팝업스토어는 창립 150주년을 맞이한 프리미엄 수면 브랜드 <시몬스>가 브랜드를 알리고자 기획한 팝업스토어라고 합니다.

 

침대 브랜드의 '침대 없는 오프라인 스토어'

'철물점(hardware stor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는 다양한 제품이 구비되있습니다. 마치 앤디 워홀의 팝아트 제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포장된 공구와 문구류, 각종 잡화가 빼곡히 진열돼있는데요. 매장 한쪽에는 레트로 취향을 담은 1990년대 오락실 게임들이 설치돼있어 방문객들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매장을 꽤 오래 머물렀다고 합니다.

시몬스는 지역사회와 어울려 공존한다는 취지에 맞게 문을 여는 곳마다 새로운 제품들을 추가하면서 변화를 꾀했는데요.

 

  • 성수동 : 수제 공업이 발달한 지역에 맞게 케이블 타이, 스패너 등 공구와 지우개, 볼펜 등 문구류 위주의 매대 꾸밈
  •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 패션 아이템 전면 노출
  • 경기도 이천 : 매장 중심 내 지역 특산품 '쌀'을 시몬스 감성으로 포장해 위치
  • 부산 전포동 : 공구점과 카페가 밀집한 지역 오픈, 음악 기반한 부산의 로컬 패션 브랜드 '사운드샵 발란사'와 함께 부산 지역의 특성을 담은 아이템 중심으로 매장 꾸밈

사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침대를 상징하는 작은 굿즈들을 만들어 '수공업이 발달해온 성수동에서 오픈하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성수동에 상점을 단기 임대해 제작한 제품을 소진할 때 까지만 진행하기로 계획하고, 인스타그램에 잘 나올 수 있도록 비주얼은 신경 써서 공을 들게 되는 소소한 프로젝트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거듭 발전한 소셜라이징의 결과

이렇게 하드웨어 스토어를 몇 곳 만들고 운영하면서 노하우가 점차 쌓였다고 하는데요. 부산의 로컬 패션 브랜드 <사운드 샵 발란사>와 협업해 서울에서 진행했던 제품과는 완전히 달리 부산의 특징을 오롯이 담아낸 테이블 매트, LP 스퀘어 백이나 스케이드보드에 다리를 붙여서 만든 의자인 데스크툴 같은 새로운 제품을 포함해 발란사와 협업해 내놓은 디자인을 어려 선보이게 됐다고도 합니다. 이렇게 한층 지역과 어울리는 소셜라이징 정도가 심화되면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점차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될 수 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홍보용 매장이지만 실제 판매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가게를 찾아 일 평균 매출 250만 원을 기록할 정도라고 합니다. 일명 '점프 슈트'라고 불리는 상하 일체형 작업복은 그중 최고 인기 상품이라고 합니다. 가격이 무려 7만 원에 달하는데도 오픈 2주 만에 150벌 이상 판매될 정도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한 방문객은 성수동에서 본인이 원하는 점프 슈트를 사지 못해 이천 매장을 찾았고 거기서도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부산까지 내려와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사 갔다고도 합니다.

 

이런 제품이 잘나가는 이유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가 특히 SNS 인증 성지로 등극했을 만큼 '인스타 감성'에 잘 맞았기 때문인데요. #시몬스하드웨어스토어 관련 해시태그가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1만 1,000건이 넘었을 정도로 조회수와 좋아요 등의 리액션은 수십만 건을 돌파해 온라인 팬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입구의 디자인부터 매장의 공간 배치, 컬러풀한 물건의 색감 등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안성맞춤인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시몬스는 왜 침대와는 관련이 없는 물건들로 가득한 팝업 스토어를 열게 된 것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명품 브랜드 <구찌>가 최근 대림미술관에서 후원한 전시회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먼저 찾는 브랜드로 기억되길

시몬스가 성수동에 하드웨어 스토어를 운영하던 시기에 대림미술관에서는 '이 공간, 그 장소:헤테로토피아"라는 이름의 전시 프로젝트가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구찌가 서울의 다채로운 문화와 현대미술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전시에서는 구찌의 사유와 철학을 엿볼 수 있도록 공간과 독립예술 작품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직접 큐레이팅 했었다고 해요. 특이한 것은 언론 홍보나 백화점에서의 사전 이벤트를 일절 하지 않고 SNS로만 소식을 전했다는 것인데요. SNS를 통해서 온라인 사전 예약자만 받았을 뿐 며칠 되지 않아 모든 날짜의 사전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온 모습을 보고 시몬스는 이와 같은 전략을 펼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구찌는 자기만의 개성과 생각이 뚜렷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기존과는 다른 마케팅을 전개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소비자 스스로가 브랜드를 좋아하도록 하고 제품보다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구찌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대두되는 가치관에 맞춰 모든 제품에 모피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해 소비자들은 구찌를 소비하면서도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MZ세대는 기분 좋을 때 'I feel Gucci'라고 말하기도 한다네요.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브랜드의 150년 역사를 은근히 알릴 수 있는 방법으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라는 형태를 빌려 지역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소통하는 '소셜라이징'의 방식을 택한 것인데요. 수많은 사람이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에 열광하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에는 시몬스를 자연스럽게 좋아하도록 만들고자 했던 목표에 있어 이미 성공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TV 광고를 굿즈로

사실 소비자가 먼저 브랜드를 찾도록 하는 시몬스의 전략은 이미 TVC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2019년 시몬스의 '침대 없는 침대 광고'에서는 시청자에게 '이건 뭐지'라는 신선함과 놀라움을 안겨줬었는데요. 광고는 마틴 게릭스의 노래인 '서머 데이즈'가 흘러나오며 시작됩니다. 수영장과 해변, 숲을 배경으로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델이 등장하고 화면이 멀어지면서 시몬스 타이포그래픽이 나오면서 마무리 짓게 되는 내용입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 광고엔 특별한 내용이 없기에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광고에 푹 빠졌다고 하는데요? TVC 라이브 후 4주 동안 광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유튜브로 찾아서 보는 사람도 많아 편당 조회 수가 수백만 건을 넘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 광고를 좋아했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보기 좋고 신나고, 한 번 영상을 본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광고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중독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 팀은 이미 오랜 기간 광고를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브랜딩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그래픽과 비주얼 요소로만 표현하기로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2019 서울 영상광고제에서 은상을 수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당시 시몬스 광고만 유일하게 광고주와 프로덕션이 함께 제작을 했다는 것이 남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광고 주요 장면에는 티셔츠, 에코백, 스마트폰 케이스 등이 출현한 바 있는데요. 광고가 유명해지고 SNS까지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요청으로 해당 소품들을 굿즈화 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남달랐습니다. ㅎㅎ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 최근 10년 사이 상위 10대 기업 중 7개가 바뀌었을 정도로 기업 수명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업이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이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이런 점에서 시몬스의 브랜딩 활동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150년 브랜드 전통에 젊은 감성의 '힙'함을 더하고 딱딱하던 품질 이미지에 세련미를 입히며 프리미엄은 친근하게 다가오도록 한 시몬스. 가장 고무적인 결과는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는 것에 있기에 앞으로 시몬스의 미래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원문 필자 : 이병주 DBR 객원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