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3D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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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3D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 관람기

옌 yen 2021. 1. 26. 00:42

평소 전시회 관람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평소 평등 사회에 대한 관심이 깊은 분이라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은 온라인 전시회가 있습니다. 바로 <너와 내가 만든 세상>입니다.

 

출처=온라인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 홈페이지

 원래 2020년 11월부터 한 달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성황리에 진행된 바 있었지만, 지난 전시 행사 이후 연장 문의와 추가 관람 요청이 이어졌기에 실제 전시를 3차원(3D) 그래픽으로 까지 구현해 관련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을 서로 적대시켜 분란을 일으키는 혐오와 혐오 표현 양산의 면모를 주목하고자 과거의 실제 상황들을 수집하고 예술 작가들의 시각적 해석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로서 아포브(APoV, Another Point of View) 즉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키워드는 바로 '혐오'입니다. 혐오 표현은 기피, 공포, 불쾌함, 경멸 등을 아우르는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인 감정이면서 이를 밖으로 분출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이나 표현의 자유로 인정받을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피해를 가하는 범죄가 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입장과 상황에 따라 가해자는 순식간에 피해자로, 피해자는 가해자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방관자 또한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동시에 매우 모호한 윤리적 경계선에 놓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모든 혐오의 결과는 피해자의 심리적 상처부터 권력 남용, 증오 범죄, 테러, 집단 학살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됨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비극적인 폐해는 오래전부터 국경과 시대 구분 없이 지속되고 있어 이제는 멈추어야 할 숙제임을 이 전시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출처=온라인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 홈페이지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일반적인 미술 전시와는 조금 다르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층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에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흘러나오는 음악 조차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오감 시뮬레이션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짜여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렇게 불편한 주제를 왜 꼭 시뮬레이션으로 까지 구현해 만들었을까요?

 

출처=온라인 전시회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중 '패닉부스' 작품설명

"이러한 혐오와 혐오의 해악성이 역사에 남긴 상흔을 오감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시뮬레이션만큼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T&C재단 대표 김희영-

 

이 전시는 잘못된 공감과 혐오가 증폭되는 과정, 비극적인 결말, 포용과 희망에 대한 스토리를 감각적으로 구성하였으며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저희 집 방구석에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실 1F '균열의 시작' :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통해 편견과 혐오가 증폭되는 감정 감상
-전시실 2F '왜곡의 심연' : 오해와 편견이 만들어낸 고통스러운 순간들과 혐오의 해악성 경험
-전시실 3F '혐오의 파편' : 역사 속 비극적인 사건들을 통계로 살펴보고, 상처와 비극을 극복해 나가는 희망의 메시지 발견

 

소문의 벽을 지나 이용백 작가의 온통 붉은 거울의 방에선 내가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이 어쩌면 오해와 가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 이미 철저히 배제되고 오인한 어떠한 대상의 비극적인 결말을 연상하면서 한순간에 산산조각 깨져 버리는 세계관과 함께 일그러진 우리의 모습으로 투영되는 그 자체,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성립 작가의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수많은 익명의 개인들이 군중이 되고 빠르게 유영하는 선으로 이루어진 객체의 움직임이 점점 많은 사람으로 군집되어가는 모습을 통해 맹목적으로 동화되어 가는 집단성을 생각하게 하는 왜곡의 심연,

 

특히, 벽에 비치는 그림자까지도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더욱 소름이 끼쳤습니다.

 

저 역시도 이 전시를 통해 몹시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이것은 더 이상 그들의 문제만이 아닌 곧 '내가 풀고 싶은 나의 문제'로 느껴지도록 의도했다는 것이 너무나 인상 깊었습니다.살면서 누구나 혐오를 일으킬 수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그 순간이 평생 괴롭고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는 왜 이를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많은 전시를 감상해왔지만 이번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굉장히 자극적이면서 많은 충격을 안겨주기도, 많은 생각을 안겨주기도 한 경험이었습니다. TOP 3 안으로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느끼는 점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무료 온라인 전시회이니 많은 분이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전시는 웹 브라우저에서는 물론 모바일로도 접속이 가능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다시 보기가 가능했고, 오디오 가이드와 풍성하게 준비된 영상 및 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어 무료 관람(~2021년 3월까지 운영) 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이 전시를 기획한 곳은 2017년 설립된 재단법인 티앤씨재단(T&C Foundation)입니다.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공감 인재 양성을 위하여 장학, 복지, 학술연구 지원과 함께 다양한 공감 교육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재단법인인데요. 이번 전시처럼 앞으로도 '다른 생각'을 의미하는 아포브(APoV, Another Point of View) 사업을 통해 정기적인 웨비나(웹+세미나)를 진행하면서 공감 사회 조성을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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